바오로 6세 교황의 사회 회칙 「민족들의 발전」 반포 50주년 맞아





50년 전 ‘월스트리트 저널’ 편집인 버몬트 로이스터는 바오로 6세 교황<사진>의 사회 회칙 「민족들의 발전」을 두고 “마르크시즘의 재탕”이라고 혹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칙은 빈곤과 착취, 불평등과 분배, 정의와 해방 같은 단어 투성이다. 교황은 후진국의 빈곤 원인을 일정 부분 선진국의 과거 식민통치와 불공정한 통상 관계에서 찾았다. 선진국은 연대성의 원리에 따라 잉여 재화를 후진국에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 상황이 안고 있는 부정과 싸우라고 촉구했다.

1960년대 미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에 흥분한 월가(街)의 언론인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



통합적 인간 발전이 주된 내용

하지만 「민족들의 발전」을 관통하는 정신은 통합적 인간 발전이다. 1967년 3월 26일 반포된 이 회칙은 레오 13세 교황의 「노동헌장」(1891년)과 함께 가톨릭 사회교리의 주춧돌로 불린다.

회칙의 진가를 확인하려면 반세기 전 지구촌 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식민 제국주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희망에 부풀었던 신생 독립국들은 점점 빈곤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선진국 모델을 따라 개발 정책을 추진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선진국과 경제적 격차가 더 벌어지고, 정치적ㆍ경제적 종속만 심화할 뿐이었다. 사자와 사슴을 한 우리에 몰아넣고 동등한 조건으로 겨뤄보게 하는 식의 국제 질서에서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교황은 “현재 상황은 분명 하늘을 향해 울부짖을 만큼 정의를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계의 빈곤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선진국을 향해 국가 간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저개발국 성장을 도우라고 호소했다. 또 진정한 진보와 발전은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뿐 아니라 모든 이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의미한다고 가르쳤다. 열악한 노동 환경과 관련해서는 “인간의 품위를 말살하는 노예화의 위험”을 경고했다.

핵심은 47항에 있다. “인종이나 종교, 국적 차별 없이 누구나 타인과 자연의 예속 상태에서 해방되어 참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계, 명실상부한 자유 세계, 가난한 라자로도 부자와 같은 식탁에 앉을 수 있는(루카 16,19-31 참조) 인간 공동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교황은 ‘라자로와 부자가 같은 식탁에 앉는’ 것을 통합적 인간 발전이라고 보았다. 이어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려면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모두에게 물었다.

“각자의 양심에 귀 기울여보자!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계획된 사업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용의가 있는가? 국가가 더욱 광범위한 발전을 추진하도록 더 많은 세금을 바칠 용의는 있는가? 생산자가 더욱 공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수입품 가격을 좀더 높여줄 용의는… 깊이 반성하자!”(47항)



현 시대에 더 필요한 내용들로 가득


교황의 통찰력은 놀랍다. 반세기 전의 진단과 질문은 오히려 지금 더 필요하다. 교황은 자본주의가 이대로 고삐 풀린 채 질주하면 머지않아 고장을 일으켜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 등 심각한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정치ㆍ경제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회의체인 다보스 포럼 설립자 클라우스 슈밥 회장조차 2012년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회 통합이 빠져 문제가 생겼다”고 시인했다.

이 회칙의 정신을 상기시키는 사람이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교황은 정의로운 국제 질서와 ‘변방으로 가는 교회’ 등을 수없이 강조하고 있는데, 그 토대는 「민족들의 발전」이다. 특히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오늘날 세상의 도전들에 대해 서술한 52~75항은 신자유주의 위기 시대 판(版) 「민족들의 발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족들의 발전」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출처: 가톨릭평화신문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676391&path=201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