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의미] 올바른 성모 신심

파티마 성모도 “일종의 사적 계시”
신앙 도울 뿐… 믿음 대상은 아냐



성모 신심은 자칫하면 자극적으로 해석되거나 개인의 복을 기원하는 기복 신앙으로 흐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파티마 성모의 메시지 중 세 번째 메시지는 2000년에 공개될 때까지 ‘제3차 세계대전을 예언한 것’, ‘외계인의 공격을 예언한 것’이라는 등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소문으로 떠돌기도 했다. 논란과 억측에 휩싸였던 파티마의 셋째 비밀은 ‘교황의 고통’과 ‘참회하라’는 메시지임이 확인됐다. 한국교회에서는 한때 “성모님의 기적이 나에게 일어났고 사적 계시를 받았다”며 많은 신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나주 율리아’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성모 신심의 본질을 알아보고 올바른 성모 신심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가톨릭교회가 제시하는 성모 신심을 알아본다.


성모 신심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성모 마리아 공경에 대해 971항에서 “성모 마리아께서는 ‘천주의 성모’라는 칭호로 공경을 받으시고, 신자들은 온갖 위험과 곤경 속에서 그분의 보호 아래로 달려 들어가 도움을 간청한다. 또한 마리아 공경은 천주의 성모님께 바쳐진 전례 축일들과 묵주 기도와 같은 마리아께 드리는 기도에 나타난다”며 성모 신심의 본질과 성모 신심이 드러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교회헌장」 66항과 67항은 성모 신심에 대해 “교회는 천주의 성모께 대한 다양한 형태의 신심을 건전한 정통 교리의 테두리 안에서 시대와 장소의 상황에 따라 또 신자들의 품성과 기질에 따라 승인”한다고 밝힌다.

이는 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상황에 따른 여러 가지 모습의 신심 행위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신앙의 토착화와 관련된 것으로서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성모 신심 행위를 인정하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말로든 행동으로든 사람들을 교회의 참된 교리에 대하여 오해로 이끌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힘써 막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진정한 신심은 오직 참된 신앙에서 나온다는 것을 신자들은 명심하여야 한다”며 올바른 성모 신심의 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나주 율리아’ 사건 같은 ‘사적 계시’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올바른 성모 신심인지 판단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정용 신부(광주대교구 사목국장)는 “가톨릭 신자들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 헌장이 제시하는 성모 신심에 대한 방향(정통 교리를 지키면서 지역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신심을 표현하는 것)을 확고하게 잡는다면 역동적인 성모 신심 표현이 가능할 것”이라며 오늘날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성모 신심이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파티마의 성모에 대해 “일종의 사적 계시”라며 “절대적으로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모 신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적 계시’와 ‘사적 계시’

2000년 5월 13일 열린 파티마 성모 목격자 시복식에서 당시 교황청 국무원장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은 파티마 메시지를 신앙생활에서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공적 계시’와 ‘사적 계시’를 구별한다. ‘공적 계시’는 “인류 전체에 하느님이 당신을 알리는 행위이며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에 그 문학적인 표현이 발견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 공적 계시는 신약 성경에 기록된 그분께 대한 증언으로 완성”됐다고 선을 그어 앞으로 더 이상의 공적 계시는 없으며 수정이 불가능한 것임을 밝혔다.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사적 계시’를 ‘말 그대로 개인적으로 받은 계시’라고 설명하면서 ‘다만 사람들이 신앙생활을 좀 더 충만하게 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라며 ‘사적 계시’의 역할을 규정한다.

소다노 추기경의 성명서는 “신약 성경의 완성 이후에 있었던 모든 환시와 계시가 사적 계시이며 파티마의 메시지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 이어 “사적 계시는 (하느님과 예수님 말씀에 대한) 신앙을 돕는 것이며, 결정적인 공적 계시로 이끌어 줄 때 그 신빙성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아울러 사적 계시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적 계시가 우리를 그리스도에게서 멀어지게 하거나 복음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제시된다면 그것은 성령에게서 온 것이 아니다”라며 사적 계시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1900년~2000년 100년 동안 성모 발현 사건은 전 세계에서 200여 건 이상이 보고됐지만 포르투갈의 파티마(1917년), 벨기에의 보랭(1932년), 벨기에의 바뇌(1933년)만이 교도권의 공식인가를 받았다.

■ 김정용 신부가 말하는 성모 신심
“초자연적 현상에 휩쓸리는 등
기복 신앙으로 흐르는 것 지양”

“복을 바란다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기쁨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것이며 중요한 부분입니다.”

김정용 신부(광주대교구 사목국장)는 성모 신심이 기복 신앙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더해 김 신부는 “인간의 이러한 근본적인 욕구, 갈망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사목의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간의 욕구에 기초한 기복적인 성모 신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기복적 성모 신심의 문제에 대해 “성모님의 삶이 예수 그리스도와 깊이 결합된 삶인데 이것보다 초자연적인 현상 등이 성경에 드러난 성모님의 삶을 압도하는 경우 기복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어 “진정한 성모 신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며 부른 노래 마니피캇(루카 1,46-55)에 그리스도가 추구한 가난한 자, 고통받는 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드러난다고 했다. 마니피캇은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라고 노래하며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김 신부는 한국교회의 그릇된 성모 신심으로 신자들에게 재산 피해까지 입힌 ‘나주 율리아’ 사건을 언급하며 “수용하기 곤란하고 기괴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신부는 “치유를 필요로 하고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그런 현상에 왜 휩쓸리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을 두고 김 신부는 교회에 대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 현실적인 고난을 겪으며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교회가 얼마나 깊이 연대하고 공감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교회의 반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 신부는 광주가톨릭대학에서 9년간 기초신학, 교회론을 강의한 신학자이기도 하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


Source=http://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279346&acid=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