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대축일 - 성령은 누구인가
주님께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사랑



▲ 성령은 무한하신 하느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랑의 표지다. 티치아노 작 ‘성령 강림’, 1570, 구원의 성모 성당, 베네치아, 이탈리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이 바치는 성호경이다. 삼위일체(三位一體)의 세 위격 가운데 성부(聖父) 하느님과 성자(聖子)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이신지 분명하다. 성령(聖靈)? 친숙하면서도 조금은 낯설다.

오순절에 사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때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각 사람 위에 내려앉자 그들은 성령으로 가득 차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했다.(사도 2,1-11 참조) 성령 강림 대축일의 유래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잠가 놓고 있는 제자들에게 오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시고, 숨을 불어넣으시며 성령을 받으라고 하셨다.(요한 20,19-23) 바오로 사도는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라고 할 수 없고, 우리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됐다(1코린 12,3-13)고 말했다.

성령은 누구인가. 보이지는 않으나 무한하신 하느님을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사랑의 표지다. 성령은 하느님 밖의 다른 무엇이 아니라 하느님 자체다. 하느님께서는 성령을 통해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선물로 내어주신다.

예수 그리스도는 지상에서의 삶을 시작했을 때부터 수난을 거쳐 부활에 이르기까지 성령과 함께하는 삶을 사셨다. 부활하신 예수는 성령을 우리에게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셨고, 성령 강림 사건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 공동체가 시작됐다. 예수의 지상 삶에 동반했던 영과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의해 주어진 영은 같은 성령이다.

구원이란 예수 그리스도로 드러난 하느님의 생명에 성령을 통해 참여하는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인격과 업적을 체험하는 것 역시 성령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교회의 경계를 넘어 온 우주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은 예수의 강생과 생애와 죽음과 부활에 함께하고 교회 안에서 활동하는 바로 그 성령이다.

이처럼 성령은 우리 모두를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이끌어주는 분이다.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을 용서할 수 있게 하는 위대한 능력도 성령이 주는 선물이다. 성령은 메마른 사막이 옥토로 바뀌는 것처럼 한 인간의 존재를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기적을 일으킨다.

성령이 동반하지 않는 신앙은 빈 껍데기나 마찬가지다. 성령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룩한 독서, 기도, 묵상, 성체조배, 미사와 같은 교회의 모든 신앙 행위를 통해 성령의 은총을 구해야 한다.

성령 체험은 나는 죽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실 때 가능하다. 하느님께서 아무리 애를 써도 내 안에 그분의 영을 받아들일 자리가 없다면 성령께서 오실 수 없다. 먼저 나를 비워야 한다. 내 생각, 내 바람, 내 뜻을 내려놔야 하는 것이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항상 성령에 안테나를 세우고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야 한다. 성령은 그리스도인의 희망이다.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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